질문하겠다. 당신에게 10만원을 주겠다. 대신 길 가는 사람을 무작위로 골라, 당신의 10살짜리 딸과 단 둘만 1시간 같이 있게 하겠다. 대답은 십중 팔구는 ‘미쳤다’ 일것이다. 다짜고짜 낮선 사람에게 소중한 아이를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째깍악어 제공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째깍악어 제공

째깍악어 김희정 창업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선 한참 동안 [인간을 신뢰하는 가격은 얼마일지]를 고민했다. 째깍악어는 부모가 집 비운 사이, 아이들을 봐줄 낯선 사람을 소개하는 일이다. 2016년 창업했으니 벌써 6년째다. 서울에서 아이 키우는 맞벌이 엄마들치고 한두번쯤 째깍악어를 들어봤거나 써봤을 것이다. 유명하다. 하지만 째깍악어는 그다지 돈을 벌지 못한다. [신뢰의 가격 딜레마]의 벽을 넘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신뢰의 가격를 매우 크게 평가한다. 표면적으론 그렇다. 자기 아이를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라고 하면, 신뢰가 없기 때문에 억만금을 준다해도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맡길때 ‘신뢰할 수 있는 보모’와 ‘잘 모르는 보모’간 가격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A와 B보모 후보 가운데 A는 성추행 전과 여부를 정부기관에서 확인했고 B는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A와 B의 차이를 만드는데 소개업체는 발품을 팔았고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외로 A와 B간 가격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9월초 김희정 대표를 만나러가는 길은 그래서 우울했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는 온 세상이 다 아는 페인포인트지만 누구도 풀지 못한 숙제다. 예전엔 인터뷰갈때 창업가가 콕 집어줄 해법에 설렜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신뢰의 값어치에 대한 인간의 상충된 심리를 누가 바꿀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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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바보가 아니지 않나요, 라는 바보같은 질문은 왜 했을까

째깍악어에서 키우는 애완견들. /째깎악어 제공

째깍악어에서 키우는 애완견들. /째깎악어 제공

째깍악어 사무실에 도착하곤, 신뢰의 가치에 대한 고심도, 우울함도 순간 사라졌다. 사무실에 애완견이 있었다. 뜻밖의 광경이었다. 무려 3마리다.

“고디바, 마일로, 사하라예요. 고상무, 마부장, 사사장.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일해요. 아이스 브레이킹할때 이 녀석들이 역할해요. 점심때 선책도 시키고요. 실은 유기견인데요, 입양했어요. 유기견 임시 보호를 했다가 입양 보냈는데 다시 돌아오는 일도 있다보니 3마리나 됐네요. 사하라는 폐가 안 좋아요. 사무실에 마련한 애완견 집에서 잘 안 나와요. 셋 다 신기하게도 짖지 않아요. 칭얼대지도 않아요. 사무실인걸 아는지, 짖거나 하면 사무실에서 키우기 고민이 많았을꺼예요. 하지만 유기견을 다시 내보낼 순 없잖아요.” 애완견들은 인터뷰의 아이스 브레이킹 역할도 한 셈이다.

아이를 맡기는 일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보다 신뢰의 가격이 비쌀 것 같습니다.

예컨대 내가 얼마까지 페이하면서 이모님을 모실까할 때는 그런 접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 시작점은 ‘우리 아이를 때리지만 않고 봐주기만 해도 좋겠다’는 거였어요. 즐겁게 안 해줘도, 우리 애가 안 좋아해도 되니까, 그냥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만 봐줬으면, 일하러 나간 나 대신에요. 몇시간만 안전하게 봐줬으면, 그렇게 째깍악어를 창업했어요. 왜냐면 사실 그런 분을 찾기도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러다가 기왕이면 말투도 좋아서 애가 따라했으면, 지식 수준도 괜찮아서 아이와 대화할때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요.

이게 보육이잖아요. 우리가 해결하고자하는 문제가. 거꾸로 묻고 싶을때가 많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10만원 줄테니 남의 애를 보라고 하면, 안한다는 사람도 많을거예요. 얘보는게 힘드니까요. 그런데 내 애를 맡길땐 시간당 2만원도 많게 느껴져요. 아이러니하죠.

정부가 국가 예산으로 아이 돌보미 지원 서비스를 하는데, 아쉽게도 이게 왜곡을 부르는 측면도 있어요. 정부 제시 가격은 최저 시급이예요. 수요자는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더 낮은 금액을 내죠. 소득 분위에 따라서 시간당 3000~4000원만 내고도 쓸 수 있죠. 그러다보니 공급자도 최저 시급을 받아요. 시장이 이렇게 형성된 상태니까, 다른 공급자들이 3만원, 5만원 얘기를 하기로 어려운 상황이죠.

제가 풀고 싶은 문제는 보육이에요. 안전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요. 그런데 제대로된 공급가를 받으려면 교육 프리미엄을 붙여야되는 구조예요. 이 분이 학벌도 좋고 뭘 가르쳐준다고 해야, 시간당 몇만원이 가능하죠. 저희는 수요와 공급이 만족할 만한, 보육과 교육의 중간지점에서 가격 정책을 정하고 있어요.

정부가 바보는 아니지 않을까요?

저희 요금 체계는 부모님이 16,000~18,000원 내면, 선생님이 12,000~16,000원 가져가요. 정부 보육 예산은 지원 받지 못해요. 자격 요건이 구체적이지 않은 이유가 큽니다. 기준만 명확하면 맞추고 싶긴한데, 그러면 째깍악어 뿐 아니라, 많은 민간이 참여할텐데요. 예컨대 작년에 코로나 터지고 얘들이 어린이집도 못가니까, 정부가 30만원인가 보육 예산 바우처를 뿌렸는데, 맥도날드에선 사용하지만 째깍악어에선 쓸 수 없었어요.

일례로 저희가 사회 취약 계층 분들에게 30% 할인을 한 적이 있어요. 째깍악어 선생님들 중에도 취약계층 돌봄을 할 땐 기꺼이 받는 금액을 낮추겠다는 분도 계셨구요. 실제 한부모 가정의 엄마가 이틀은 째깍악어, 3일은 정부 아이돌보미를 이용했어요. 그분께 물어봤더니, “사실 정부 아이돌보미는 거의 무료로 쓰는데 째깍악어는 돈을 부담해야해 비싸게 느껴지긴해요. 아이가 아들인데 째깍악어 남자 대학생 선생님이 남자끼리 신체 놀이도 해주고, 째깍악어 오는날은 아이가 웃으면서 자요. 엄마가 해주기 어려운 부분, 그니까 아들에게 남자 어른의 롤모델이 필요해요. 아빠 경험이 없으니까”라고 해요. 반대로 그 선생님도 나중에 알고보니 한부모 가정이었대요. 다들 쉽게 말하죠, ‘비싸면 안 쓰면되지’. 부모 마음이 그렇지 않잖아요. 형편대로 한 시간에 5000원 더 내더라도 좋은 선생님 만나고 싶죠.

보육 선생님의 신뢰 확인은 어떻게 하나요. 범죄 이력 조회같은 거요.

째깍악어는 플랫폼 비즈니스인데, 플랫폼치고는 개입을 많이해요. 그게 고민이죠. 개입을 안 할 수 없거든요. 당근마켓처럼 누구나 간편 로그인해서 아이디와 닉네임을 쓰면서 사용하면 좋을텐데, 째깍악어는 공급자를 정말 까다롭게 검증해요. ‘나라면 어떤 사람에게 맡길까’라는 기준을 두고요. 성범죄 이력 조회는 당연히 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범죄 이력 조회를 하진 못해요. 왜 범죄자라도 함부로 취업 제한을 못하잖아요. 그래도 정부에다 아동 학대 범죄자만 이라도 조회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요. 청소련 수련원은 할 수 있는데, 째깍악어는 못하죠.

검증할 수 있는건 다하고 있어요. 선생님 동영상 프로필을 공개해요. 이게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이 돼요. 많은 선생님들이 이부분에서 안하신다고 해요. 하지만 째깍악어는 그런 공개성 없이는 아이를 만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저희가 선생님들 면접도 보고요. 보험도 들고요. 처음 시작했을때 보험이 제대로 없어서 겨우 찾은게 회당 1000원이 넘었어요. 째깍악어의 매칭 수수료가 2000원~3000원인데, 보험료만 1000원 넘으니 남들보면 미친 짓이었죠. 지금은 보험료 많이 떨어졌지만요.